Modern Vicious

블리자드 중계권 요구가 저작권에 따른 정당한 권리라고? 웃기지마라.

지이이이율 2010. 10. 8. 16:32
마이클 길마틴은 "블리자드의 핵심 사업은 게임개발이며 창조적 결과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는 뻔하고도 감정적인 말을 하며, 마치 중개권 = 저작권이라는 암시를 걸고 있다.

이 글은 많은 부분이 추후에 수정되었습니다.

팬들이 감동을 느끼고 손에 땀을 쥐고 선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일궈내는 드라마지, 꼬물꼬물 움직이는 3d 그래픽과 까다로운 게임의 규칙따위가 아니다.

박지성이 공잡고 뛰는 거랑,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공잡고 뛰는 것은 엄연히 다른 가치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방송용 경기의 가치가 어디로부터 오는가의 문제를 먼저 논의 해야한다. 축구공의 발명가가 축구 경기에 대한 중개권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바둑판과 바둑돌은 아주 만들기 쉽지만, 신의 한수를 두는 것은 어렵다. 이 둘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E스포츠 문화는 음지에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고생한 프로게이머들과, 프로게이머 협회(알고 보니 이들은 별로 한게 없고 돈도 꿀꺽한듯 하다), 그리고 우리들 하나하나의 팬쉽이 일궈낸 독창적인 결실이다. 블리자드는 그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이 게임 화면이나 음향 그 자체는 아니다.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의 내용을 뿐만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임 방송 컨텐츠에 대해, 블리자드는 독자적으로 중개권을 요구할만한 근거가 확실치 않다. 따라서 기소한다 하더라도 조사가 쉽지 않을 것이다.


블리자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경한 태도를 표명 하는 것은, 이 총합적 가치에서 비롯한 이득을 케스파에서 독점적으로 차지하면서도 운영도 건전치 않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치적 시위로 볼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멋진 경기의 내용이 게이머들로 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게임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케스파는 그러한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중개권에 가격이 붙을 수 있다면, 경기 내용이 훌륭하기 때문이지 잘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블리자드는 중개권을 행사해서는 아니된다. 블리자드의 중개권 행사를 정치적 시위로 해석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이익논리에 따라 경기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여전히 용서할 수 없다. 덜 나쁜 답을 답으로 고르자라는 의견에도 동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