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길마틴은 "블리자드의 핵심 사업은 게임개발이며 창조적 결과물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는 뻔하고도 감정적인 말을 하며, 마치 중개권 = 저작권이라는 암시를 걸고 있다.

이 글은 많은 부분이 추후에 수정되었습니다.

팬들이 감동을 느끼고 손에 땀을 쥐고 선수를 사랑하는 것은 그들이 일궈내는 드라마지, 꼬물꼬물 움직이는 3d 그래픽과 까다로운 게임의 규칙따위가 아니다.

박지성이 공잡고 뛰는 거랑, 나 같이 평범한 사람이 공잡고 뛰는 것은 엄연히 다른 가치의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방송용 경기의 가치가 어디로부터 오는가의 문제를 먼저 논의 해야한다. 축구공의 발명가가 축구 경기에 대한 중개권을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바둑판과 바둑돌은 아주 만들기 쉽지만, 신의 한수를 두는 것은 어렵다. 이 둘은 *별개*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E스포츠 문화는 음지에서, 정말 어렵고 힘들게 고생한 프로게이머들과, 프로게이머 협회(알고 보니 이들은 별로 한게 없고 돈도 꿀꺽한듯 하다), 그리고 우리들 하나하나의 팬쉽이 일궈낸 독창적인 결실이다. 블리자드는 그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것이 게임 화면이나 음향 그 자체는 아니다. 선수들이 만들어내는 게임의 내용을 뿐만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임 방송 컨텐츠에 대해, 블리자드는 독자적으로 중개권을 요구할만한 근거가 확실치 않다. 따라서 기소한다 하더라도 조사가 쉽지 않을 것이다.


블리자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충분히 이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경한 태도를 표명 하는 것은, 이 총합적 가치에서 비롯한 이득을 케스파에서 독점적으로 차지하면서도 운영도 건전치 않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정치적 시위로 볼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멋진 경기의 내용이 게이머들로 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가 게임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케스파는 그러한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중개권에 가격이 붙을 수 있다면, 경기 내용이 훌륭하기 때문이지 잘 만들어진 게임이기 때문이 아니다. 따라서 블리자드는 중개권을 행사해서는 아니된다. 블리자드의 중개권 행사를 정치적 시위로 해석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이익논리에 따라 경기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라면, 여전히 용서할 수 없다. 덜 나쁜 답을 답으로 고르자라는 의견에도 동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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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이이이율
,
최근 관계형 데이터 베이스 디자인 도구를 만들고 있는 데, DB로 부터 역공학 된 DB의 모델을 우아하게 그려주는 문제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들(테이블과 관계선들)을 보기 좋게 배치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 관심사가 있는 데, 그중에 하나가 교차선 없이 공간 효율적으로 테이블들과 관계를 배치하는 문제이다.

교차된 선이 나타나지 않게끔 버텍스를 이동하는 아이폰용 퍼즐게임을 즐겨본적이 있어서, 이와 관련된 AI나 그래프 이론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뒤져봤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한 알고리즘 연구가 이정도로 형편없다는 데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주제를 명기하는 이름조차 제대로 없어서, Drawing Graphs Nicely 정도로 적당히 불리고 있었다. 아무튼 다음과 같은 요구 조건들이 달성되야 한다.
  1. 교차: 가능한한 교차되는 선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2. 영역: 가능한한 적은 면적을 사용하여 배치해야 한다.
  3. 엣지 길이: 가능한한 엣지의 길이는 짧아야 하며, 장해물을 피해가야 한다.
  4. 비율: 주어진 비율에 대해 최적화된 배치를 이뤄야 한다. (어느 용지에 출력할 것이냐 등등의 문제)
불행하게도 이 Goal들은 서로 배타적이지 못하고, 모순을 이루기도 한다. 더더군다나 교차등과 같은 문제는 NP 컴플릿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수학적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탓에, 이것에 대해 최적해나, 성능 기반의 유사해를 내 놓는 접근 방식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고 - 개발자로서는 도저히 이 무시무시한 시도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 , 장력 시뮬레이션등과 같은 - 스프링 레이아웃과 같은 - 방법이나 뽕빨 휴리스틱을 써야 할 것 같다. 

30년간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못한 인공지능 분야의 몰락은 참 아쉬운 일이다. 에라이. 하긴 뭐 돈 안되니깐. 인정.
Posted by 지이이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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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는 자신이 설계한 아키텍트에 대해 매료되며 그것을 요람처럼 받드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그 기획자가 개성과 창의성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필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그 아키텍트의 결함과 논리적 모순을 찾아내는 것은 언제나 구현자들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키텍트는 구현영역의 아주 간단한 기초지식 조차 없이 설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획자들은 모니터 화면에 점 하나가 어떻게 찍히는지조차 모르며, 또 그것을 그다지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따라서 구현자들은 그 기획을 실행하거나, 그 이전 단계에 이르러서야 문제를 찾아낸다.

구현자가 그러한 결함이나 모순을 지적하면, 아름다운 아키텍트에 대한 부정행위를 곧 신성모독으로 인식하며, 해당 엔지니어는 무능한 엔지니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 구현자는 어떻게든 그 문제를 자기선에서 처리한다. 이 때, 제품의 형상은 1차적으로 기획의도를 벗어나게 되고, 더 이상 구현자들은 아키텍트를 따르지 않으며, 직속상관만을 따르기 시작한다.

가령, 기획자가 실내에서도 위치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대형 마트에서 물건을 찾아서 바로 카트에 실을 수 있어 유용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낸다. 그리고, 엔지니어들에게, 마트 내부에 모의 GPS위성을 설치하여,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라고 한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GPS는 최소 3대이상의 위치가 알려진 정지점에서 각각의 거리값을 이용해, 3개의 구가 만나는 교점을 계산하는 방식이란 것을 알게된다. 마트의 내부엔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장해물이 있기 때문에, 산란전파로 인해, 방정식이 흩트러져 그것을 계산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한다. 기획자는 GPS의 작동원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차량도 건물들이 복잡하게 늘어서 있어도 GPS가 작동된다는 점을 예를 들어, 순전히 자신의 직관에 기초하여 반박한다. 우주의 인공위성은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오차가 무시할만한 수준이지만, 실내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수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정확히 말할 수 있을리 없으므로, 엔지니어는 논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훌륭한 정치가가 아니다.

엔지니어들은 무선 AP그리드라던지 다른 대안들을 검토하여, 그것을 어떻게든 구현해낸다. 이때 사실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예산문제로 철회되어 엔지니어들이 도메인 문제를 스스로 푼다. 

디자인이 반영될 시점, 기획자는 디자이너를 싸게 시간제로 고용하여 작업한다. 얼결에 프로젝트 마지막에 투입된 디자이너는, 시스템의 개요나 컨셉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으므로, 추상성이 매우 떨어진 아이콘이나, 그냥 보기에만 좋은 아이콘들을 기계적으로 찍어낸다. 엔지니어들은 전속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만, 기획자가 프로젝트 기간내내 거의 아무일도 하지 않고 앉아서 구경만 하는 아티스트에게 돈을 지불할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도저히 디자인 산출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엔지니어들은 직접 아이콘을 그리기 시작하며, 불만을 축적한다. 결국 기획의도와 전혀 다른 괴물이 태어난다. 운이 좋아 이것이 성공하더라도, 구현자들이 공로를 인정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기획자는 제품의 실제 형상을 완벽히 오해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이 때, 지친 구현자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더 이상 이 시스템은 아무도 손을 쓸 수 없게 되고, 완벽한 실패로 다가가게 된다.




Posted by 지이이이율
,
새로운 IT 분야의 엔지니어용 입문 서적은 사람을 낚는 경향이 있다.

실컷 가르쳐줘서 따라하게 해 놓고는, 사실 그 방법은 구린 것이었고 요즘은 이렇게한다. 몇 페이지 더 넘어가면, 사실은 이게 더 쿨하지. 그러다가 제자랑이나 철학을 늘어놓기 시작하는 경향이 좀 있다. (다소 물러나서 몸을 사리는 듯한 뉘앙스를 내기도 하지만 이것은 엄연히 엔지니어 기준이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는 변태일 수 밖에 없다.

IT분야 자체가 입문인 경우에야, 이런식의 시도 - 실패 반복이 꽤 효율적이진 모르지만, 날 열받게하는데도 효율적이란게 문제다.
Posted by 지이이이율
,
지금까지 개발자의 자학 개그는 정말 많이 봐 왔지만, 이것은 정말 통찰 깊은 논픽션 유머인 것 같아. 자 그러면 즐겨 주세요. 울지는 말고.

1. "오늘까지"라는 말은 "내일 아침까지"라는 말이다.

2. 프로그램은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타이핑대로 움직인다.

3. 요구 사양은 프로그램을 완성한 후에 추가된다.
기본 사양은 완성품을 고객이 보고 나서 결정된다.
상세 사양은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이후에 결정된다.

4. 소프트웨어 설계에는 두 개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결함이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분명한 결함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5. 코드는 개발 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납품처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디버그는 납기일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납품된 이후에 하는 것이다.

6. 프로그래머를 죽이기 위해서는 칼이 필요없다. 프로그램의 요구조건을 3번만 바꾸면 된다.

7. 다른 사람을 믿으라. 그 사람이 해결해줄지도 모른다.
주의사항 - 먼저 자신을 의심해라.

8. 개발에 마지막은 없다. 출시만이 있을 뿐이다.

9.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이 제 아무리 뒤늦게 추가되어도 납기일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을「납기 불변의 법칙」이라고 한다.

10. 우리의 고객들은 물과 기능추가를 공짜라고 생각하고 있다.

11. 주머니가 짠 고객일수록 잔소리가 많다.

12. 개발 스케줄은 산수를 무시하며 짜여진다. 영업과는 1+1=2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모임이다.

13. 한 명이 쓰러지면 모두가 쓰러진다.

14. 버그가 너무 심하다? 걱정마라. 어느 순간 그것은 기본 사양이 될 것이다.

15. 좋은 설계는 한 명의 천재보다 세 명의 범재를 요구한다.
나쁜 설계는 백명의 범재보다 한 명의 천재를 요구한다.

16. 고객에게 시스템 엔지니어는 부하이며, 프로그래머는 가축이다.
시스템 엔지니어에게 고객은 돈이다.
프로그래머에게 고객은 보이지 않는 악성 바이러스다.

17. 돈과 시간만 있으면, 그 어떤 시스템이라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웃어라. 그 기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다.

18. 품질은 사양 변경의 수와 규모에 의해, 얼마나 열화될지 결정된다.

19. 영업과는 공상이 실현된다고 생각하는 몽상가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없다고 믿는 모험가이다.
프로그래머와는 몽상가와 모험가에 의해 칠흑의 바다에 내던져진 표류자이다.

20.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램 설계개념도를 받아들고 최초로 하는 일은, 프로그램의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하는 일은, 지정된 방법과 시간 안에는
도저히 그 목적을 완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스템 엔지니어에게 이해시키는 일이다.

21. 프로그램이란, 운과 감에 의해서 작성되는 기적이다.
운과 감이 없다면, 그 기간 내에 그러한 목표를 실현될 수 있을 리 없다.
따라서 사양 변경은 기적에 트집을 잡는 건방진 행위이며, 사양 추가는 기적이 두 번
일어날 것으로 믿는 무모한 행위이다.

22. 시스템 엔지니어는 지구력, 프로그래머는 순발력.

23. 정시에 퇴근하면, 일이 늘어난다.

24. 완벽한 프로그램은 완벽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국가 예산을 무제한으로 사용하는 NASA마저도, 아직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25. 눈으로 훑어볼 틈이 있다면 움직여라. 뇌세포보다 CPU가 더 해석이 빠르다. 그리고, 그 사이,
쉴 수 있다.

26. 불편함을 버그라고 부를 것인가, 사양 상의 제한 사항이라고 부를 것인가는 남겨진 개발일자와
납기일에 의해 결정된다.

27. 정장 대신 캐쥬얼을 입고 출근하는 "캐쥬얼 데이"를 세간에서는 휴일이나 공휴일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28. 프로그램은 머리로 기억하지 않는다. 몸으로 기억한다.

29. 내일 쉴 수 있다면 오늘 죽어도 괜찮다.

30. 고객은 거짓말을 한다.
영업은 꿈을 말한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공상을 이야기한다.
프로그래머는 과묵해진다. (혼잣말은 많아진다)

31.「네,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10초만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라.

32. 프로그래머는 1분 생각하고 1일을 코딩에 소비한다.
1시간 생각하고 1시간 코딩하는 대신에 말이다.

33. 납품 이후의 디버그는 버그를 부른다.

34. 세 개의 디버그는 하나의 버그를 낳는다. 이것을 버그의 엔드리스 루프라고 한다.

35. 안 좋은 예감은 반드시 적중한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는 그 안 좋은 예감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스템 엔지니어의 일이다.

36. 아수라장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것 뿐이다.

37. 아마추어는 버그발견의 천재이다.

38. 아, 그건 마이크로소프트에서만 가능한 주문입니다.

39. 프로그래머가 불만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객도 반드시 불만이라고 생각한다.

40. 건강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

41. 그건, 당신이 말한 요구조건입니다만.

42. 아, 개발실의 창문은 안 열립니다. 그 이유는 옛날에 한 프로그래머가 그 창문에서***

43. 고객은 최악의 사태를 믿지 않으며, 그 사태에 대한 준비를 악질적인 비용청구라고 생각한다.
시스템 엔지니어는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준비하려 한다.
프로그래머는 최악의 사태를 누구보다 잘 예상하지만, 무시한다.

44. 만약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면, 정시퇴근을「도망」이라고 부르지 않는 직업이 좋을 것 같다.

45. 시스템 엔지니어가 프로그래머에게 말하는「상식」은 3시간마다 변한다.

46. 최소한 자기가 쓴 시방서는 읽어주세요.

47. 고객이 시스템 엔지니어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시스템 개발에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빨리 최종요구조건을 확정하는 것이다.

SE가 고객에게 사랑받는 방법은, 프로그래머에게 미움받는 것이다.

48. 납기일이란, 작업현장이 우리 회사에서 고객의 회사로 바뀌는 날을 의미한다.

49. 가끔 일어나는 버그는 버그가 아니다. 스펙이다.

50. 개발비의 30%는 프로그램의 요구조건을 확정하는데 사용된다.
개발비의 30%는 프로그램의 요구조건을 변경하는데 사용된다.
개발비의 30%는 프로그램의 버그를 잡는데 사용된다.
개발비의 10%만이 프로그램의 개발에 사용된다.
Posted by 지이이이율
,

-273℃짜리 지랄

Modern Vicious 2009. 10. 10. 04:30

누구나 중학생 시절 더 낮아 질 수 없는 절대온도-273.16도라고 배우지만, 왜 그 보다 더 낮은 온도는 존재하지 않는 지 궁금했던 사람을 나는 별로 기억해 낼 수 없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교육이란 굴종의 역사였으니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온도입자의 운동량을 재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어떤 입자도 정지상태 보다 낮은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온도에는 하한이 생긴다. 영하 273.16도에서, 그 어떤 입자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입자는 늘 약동하고 있는데, 이 움직임이 없으면 세포는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 소위 열량이라는 것이 이 약동의 정도를 말하며, 이것이 곧 에너지이다. 인간은 섭취한 음식에 포함된 탄소를 산소와 결합 시킬 때 발생하는 열량으로 생존하며, 그래서 밥을 먹고 숨 쉬어야 한다. 어이없게도 이렇게 생산된 대부분의 열량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파충류의 경우, 매우 직관적이고 우아하게도, 햇빛을 쪼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적게 먹어도 된다.

온도가 낮은 곳에 있으면, 우리 몸의 입자가 외부를 가격하여 잃게 되는 움직임 만큼, 외부가 우리를 다시 가격하여 움직임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서서히 잃게 된다. 어떤 우리 조상의 뇌들은 그 경우에 추위라는 고통의 비젼을 보여주어, 개체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끔 유도했고, 그렇게 하지 않았던 뇌를 가진 개체들은 전부 얼어죽어 버렸다. 늘 그렇듯, 우리는 생존자의 자손일 따름이다.


결국 따스함이나 추위라는 것은 뇌의 진화과정에서 생긴, 뇌 안에서만 존재하는 관념일 뿐, 엄밀히 말해서 물리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온도 뿐 아니라, 색깔, 소리, 향미, 촉각 모든 것이 이런식으로 태어났고, 이것이 빚어내는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은 사실, 브레인 비젼에 불과하다.

인간은 평생을 이런 관념속에서 지내기 때문에, 어느쪽을 현실이라고 부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애매모호성이 있다. 현실이라는 인식 자체가 관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젼이 형성되는 과정 중에, 뇌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조직적 연결 구조를 이뤄가는 현상을 자기 조직화라고 한다. 이 과정과 결과는 개체마다 고유성을 가진다. 그 한 예로, 동일한 외부 자극에 대해 정확히 일치하는 뇌의 부위가 반응하는 사람은 없다. 같은 운동을 연습해도 그 능숙해지는 정도는 다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같은 빨간색을 본다고 하더라도, 비전이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다. 어떤 한사람에겐 파랗게 보이는 것을 다른 한 사람은 붉은 색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이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미치도록 막강한 관념이 태어나 다시 한 번 인간 세상을 재 정의하게 되는 데, 그것이 바로 언어이다. 우리의 서로 다른 비전에 동일한 이름을 붙임으로써, 통일성을 얻게 된다. 그 과정은 매우 단순한데, 어떻게 보이건 간에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교육을 받으면 된다. 어떤이는 파란색이 당신이 보는피의 빛깔로 보였었겠지만, 언어 교육과정에서 그는 그 색에 파랑이라는 관념의 주박을 씌우게 되고, 인간 사회는 그렇게 언어를 중심으로 통합된다.


무미 건조한 물리적 현실에서 생존을 위해 감각의 세계가 태어 났고, 사회성을 통한 진화를 위해 언어의 세계가 생겨난 것 처럼, 그 위로도 세계는 계속해서 생겨났다. 아무튼 이 세계들은 의미라는 달콤한 열매를 제공한다. 

스스로 비존재적, 비가치적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구 비전을 만들고, 허구의 욕망을 키워 이중 삼중의 관념화중첩시킨다. 예를 들어 인간은 고전 음악, 소설, 영화와 같은 문화적 욕구와 충족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욕구는 오로지 관념 속의 욕구를 만족시킬 뿐, 생존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이상한 식도락의 세계, 변태적 성행위, 반음조차도 몇개로 쪼개낸 컨템포러리 음악,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물리적 유전자의 진화 특성을 완전히 잃었다고 봐도 좋지 않나 싶다.


생존과 통합을 위해 시작되었던 관념화는 이제, 일부 기득층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조작된 테러,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행복의 허상, 반복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미인상과, 세뇌적 음악들. 자본가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끊임 없이 생산되는 수요와 공급. 실존하지 않는 여러가지 개념들을 강요당하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자유롭게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지경에 도달 할 만큼, 중첩관념의 세계는 정교해졌다.

무슨 책을 읽건, 어디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건, 결코 그런 식으로 존재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공험함은 이내 다시금 자리할 것이고, 이것으로 도망칠 방법은 영원히 관념을 중첩시키는 것 밖에는 없다.



이러한 문화적 유전자(이하 밈)의 자기조직화의 반복은 현격하게 인간고립시킨다. 분리교육은 대표적인 예이다. 아직도 많은 유태인 어린아이들은 고작 몇천년 전에 지구가 생겨났다고 배우고 있다. 깊히자기조직화 된 우리들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다시금 고립되는 웃긴 상황에 봉착한다. 



아무튼, 연애하면 모든게 해결된다. 레알. 지랄 끗.

Posted by 지이이이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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